삽질하는플머

델파이 새 버전. RadStudio XE2 발표회 후기

탐구생활/Delphi
2011년 8월 12일, 델파이 새버전 RadStudio XE2 의 발표회가 있었다. 
소문만 무성하던 파이어몽키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고, 페북에 링크된 개발자님들도 많이들 참가하신다고 해서 월~목 까지 폭풍야근, 금요일 업무를 제끼고 간만에 코엑스로 나들이를 했다. 조금 늦은 후기지만, 기억이 더 엷어지기 전에 그 날의 느낌들을 끄적여두자. 


행보관도 찿기 힘든 구석자리... 파릇파릇 린님, 푹 익은 현호님과 함께 짱박힘. 



발표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고 각 섹션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시간은 XE2 에 대한 소개. 
두번째, 세번째 시간은 기대했던 파이어몽키에 대한 내용. 
네번째 시간은 64비트 환경에서의 프로그래밍에 대한 소개.
다섯번째 시간은 라이브바인딩이라는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접근방법에 대한 소개.
여섯번째 시간은 데이터스냅에 대한 이야기.
일곱번째 시간은 XE2에서 제공하는 모바일솔루션 짚어보기. 


발표자는 엠베카데로 아태지역 수석 전도사 고든-리. 전도사라고 하니까 왠지 종교집단 느낌이... 
암튼 이 분 혼자서 네번째 섹션 하나 빼고 하루종일 발표와 데모를 진행하는 괴물같은 체력을 내뿜었다. 


뒷풀이 장소에서. 맨 왼쪽이 데브기어 대표님, 그 옆이 강사였던 강철체력 고든 리 님.  



사실 내가 사용해 본 가장 최신의, 그리고 가장 애용하는 버전의 델파이는 터보델파이(2006) 이다.
게임이 밥벌이인데다 요새는 PHP 코드를 더 많이 만지고 있고, 한때 이슈였던 유니코드 역시 델파이5 가 현역이던 2000년 초반에 미친듯 삽질을 했었기에,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업그레이드에 대한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발표회에 참가하기 전 까지는 "가봐야 뭐 별 거 있겠어~" 정도가 솔직한 심정이었는데... "이런 XXX!! 어썸!!! 생각보다 괜찮네!!!!"

이 날 사용되었던 XE2는 베타 8버전으로서 시연중 몇몇 상황, 특히 파이어몽키 기반의 어플들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물건이고 "지금까지 잊고 있던 업그레이드에 욕망을 한꺼번에 불러일으키는 물건이다."
물론 그 이유는 파이어몽키.  

잠깐 옆으로 새서, 아이폰 앱을 취미삼아 만지작거리면서 (물론 파스칼로) 가장 신기했던 점은 OpenGL로 뿌려지는 화면 위에 라벨이나 에디트같은 다른 코코아 컨트롤을 올려도 그들 사이에 Z-Order 나 각각의 투명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윈도에서 3D 가속을 받는 화면위에 윈도 컨트롤들을 올려본 개발자라면 이 말에 동의할텐데... 핸들이 없는 라벨등의 경우는 말할것도 없고 핸들을 가진 에디트같은 컨트롤들도 창모드 말고 풀스크린에서는 아예 표시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배경은 칙칙한 윈도 기본색이 되고. 이 때문에 웹브라우저 컨트롤을 게임화면에 임베딩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성능을 포기하면서 창모드를 고수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웹킷을 3D 환경에 랜더링하는 Awesomium 같은 제품이 (예전엔 오픈소스였는데...) 관심을 끄는 것도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 

너무 멀리갔다. 아무튼 이렇게 iOS에서 OpenGL화면과 UIKit의 컨트롤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은 이미 iOS의 화면표시 자체가 GPU의 가속을 받고 있고 UIKit도 그 기반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인데, 이 부럽기 그지없는 환경을 드디어 우리 윈도 프로그래머들도 누리게 되었다. 파이어몽키는 버튼이나 에디트같은 UI 요소들이 OS가 제공하는 리소스에 의존하지 않고, 화면에 그려질 때는 GPU 가속을 받도록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UI 프레임워크이기 때문이다. 


저 컨트롤들은 핸들이 없어. 윈도프로시저도 없어. 스파이로 안잡혀.




반투명에 회전도 자유로워~


게다가 놀라운것은 이 프레임워크를 멀티플랫폼의 전초기지로 사용했다는 점인데...

파스칼을 사용하며 멀티플랫폼을 지원하는 라자루스의 경우 LCL(에반게리온 떠올리는 당신은 덕후!)이라는 레이어를 두고 여기서 Windows, QT, GTK 등 각 UI세트에 해당하는 위젯셋을 구현하는 방식인데, 때문에 각 플랫폼에서 공통적으로 지원하는 기능 이상을 만들기 쉽지 않다. 아무리 QT가 발전해 3D 신세경을 보여줘도 윈32가 이를 지원하지 않는 이상 LCL에서 이런 멋진 결과를 공통적으로 구현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

엠베카데로가 KSDev의 VGScene를 인수하면서 만들어낸 해법은 조금 더 스케일이 컸다. 아예 UI 플랫폼을 다시 만들고 이것을 다른 OS에서도 동작시키는 것. 사실 각 OS별로 출력은 그렇다고 해도 입력할 때 글자조합이나 커서이동 처리가 모두 제각각이라 꿈꾸기 쉽지 않은 길일텐데... 아무튼 그 길로 갔다. 윈도 시스템과 찰떡처럼 결합된 VCL은 그냥 윈도 전용으로 남겨두고 멀티플랫폼은 아예 새로 만든 파이어몽키를 기반으로 함으로서 기존 델파이 개발자는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만든 제품을 다른 OS에서도 동일한 UX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물론 첫 버전인만큼 기대만큼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않는다. 윈도에서 IME 조합문자 표시는 베타10에 와서야 구현되었고 그나마 경계부분 커서 처리나 일본 IME에서의 조합중 커서이동 미구현, 생뚱맞은 후보창 위치 등 아직은 오류투성이이다. 거기에 아랍어, 태국어등 출력조합 문자열에서의 커서 처리도 VGScene 시절의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이 문제들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까? 허접 프로그래머인 나조차도 윈도 3D 환경에서 다국어처리에 몇 달 안걸렸는데... (그것도 업무 외 시간에 아들놈 피해 도서관과 게임방을 전전하면서...)

출력은 이미 쓸만한 수준이고 입력마저 깔끔해진다면... 게다가 이 UX가 모든 OS에서 보장된다면... 어떤 세상이 열릴까... 
파이어몽키에 대한 PT 첫머리에 "파이어몽키는 게임엔진이 아니다" 라고 했지만, 이 물건이야말로 게임 UI 엔진에 목마른 많은 게임 개발자들에게 복음이 될 수 있다. XE2 프로버전의 경우 요즘 각광받는 스케일폼의 1/10 정도의 가격이 될 것이며 IDE에서 직접 컨트롤을 배치하고 무엇보다 액션스크립트가 아닌 C++, 또는 파스칼로 구동코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게임 뿐일까. 플래시를 능가하는 RIA에 빠른 실행속도. 지하철 천정에 매달려 열차 도착을 알리는 윈도 XP들이 자유 운영체제인 리눅스로 바뀔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일단 내 감상문은 여기까지. 
XE2의 다른 기능들에 대해서는 솔직히 남에게 떠들만큼 알지도 못하고 쓸 일도 별로 없으니 출시 이후 쏟아질 리뷰들을 기대하자.
그나저나... 파이어몽키같은 물건이 일반화되면... 메시지 갈구리질이나 문자출력 API 걷어내는 기법은 박물관에나 가야겠군~~